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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K-성악학회 창립 취지문

학술 + 창작 + 실연 + 시장 + 국제 확장, 실연 중심 플랫폼 구축

리빙클래식뉴스 탁계석 회장 |



 

 

해방 이후 우리 음악 예술은 일취월장, 놀라운 성장과 성취를 이루어왔다. 그중에서도 성악은 가장 눈부신 국제적 성과를 이룩한 분야다.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최현수, 연광철을 비롯해 많은 성악가들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엔나 슈타츠오퍼, 미국, 독일 주요 오페라극장 등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성악의 기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눈부신 개인의 성취와 달리, 한국 성악 생태계 전체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오페라하우스는 아직 본격적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성악가의 생존 구조는 교수직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악계는 “공연 시장의 확장”이 아닌 “직업 안정성의 극한 경쟁” 속에서 정체되어 버렸다. 이제 한국 성악은 기술·기량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와 레퍼토리 중심의 시대로 이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악의 연주 기술력보다“무엇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반복된 서양 레퍼토리의 한계, 콘텐츠 전환의 필요성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오페라는 약 20개 미만의 서양 인기 레퍼토리만을 반복해 왔다. 라보엠,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이들 작품들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한 세대가 40~50년간 동일한 작품만 생산, 소비한다면, 그 문화는 자연스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관객 세대는 뮤지컬·페스티벌·영상 기반 공연 등의 새로운 형식에 익숙해졌다. 고전 오페라 중심의 국내 성악계는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오페라 장르는 대중적 시장에서 뮤지컬에 뒤로 밀리게 되었다. 이제 성악계는 반드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관객의 감각에 맞춘 신(新)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K-가곡의 반전 가능성, 외국인 성악가들의 등장

 

최근 KBS <K-가곡 슈퍼스타> 경연대회에서 외국인 성악가들이 한국어 가곡을 물 흐르듯 정확한 딕션과 감정 표현으로 소화하며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는 중요한 신호탄이다.이처럼 이제 ‘한국 성악’의 미래는 한국인만 부르는 음악에서 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K-레퍼토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한국 가곡이 한국 성악가들에게조차 멀어지고, 청소년·대학생들은 어떤 가곡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외국 성악가들이 오히려 K-가곡의 잠재력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가곡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머지않아 한국 가곡의 미래를 외국 성악가들이 이끌어가는 상황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한글 성악 시대’… 학문적·교육적 토대가 절실하다

 

세계가 한글에 주목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과학적 문자 체계는 이제 전 세계에서 배우고 연구하는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성악은 한글로 노래하고, 한글로 감정을 표현하고, 한글로 예술 언어를 만들어가는 시대적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대학의 성악 커리큘럼은 수십 년 전과 거의 동일하며, 한국 가곡·한국 창작 오페라·한글 발성 연구 등은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어 성악 발성에 대한 표준 연구
한국 가곡의 체계적 정리
창작 오페라의 학술적·실연적 확산
외국 성악가들을 위한 한국어 딕션·교육 시스템 이 모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 학술 플랫폼이 부재한 실정이다.

 

K-성악학회가 나서야 한다

 

K-성악학회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 위에서 탄생한다. 세계를 휩쓴 ‘한국 성악의 기량’에서 세계가 부르는 ‘K-성악 콘텐츠 시대’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한다.학회는 단순한 이론 단체가 아니다.현장과 학문을 연결한 실행형·창조형 조직이 될 것이다.

 

학회의 핵심 역할은?

 

K-가곡·창작 오페라 레퍼토리 발굴 및 정리
한국어 성악 발성·딕션 연구
성악가용 K-레퍼토리 교육 교재 제작
국내외 성악가 대상 K-성악 프로그램 운영
새 시대의 가곡·아리아·창작극 제작
매니지먼트·홍보·스폰서십이 결합된 실연 중심 플랫폼 구축

 

즉,학술 + 창작 + 실연 + 시장 + 국제 확장
이 모든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합한 한국 최초의 성악 전문 학회가 되는 것이다.

 

결론: 한국 성악의 다음 50년은 ‘K-성악 레퍼토리’에 달려 있다. 세계적 기량을 갖춘 한국 성악가들이 이제는 한국적 콘텐츠를 세계에 전하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K-성악학회는 한국 성악이 국제무대에서 존재론적 정체성을 갖는 새로운 시대, 한국 가곡·한국 오페라가 세계인이 부르는 레퍼토리가 되는 시대를 열기 위해 창립한다. 때문에 한국 성악은 이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그 옷이 바로 K-성악, 그리고 그 출발점에 K-성악학회가 있다.